언제였을까..

정확히 몇년도인지 기억은 안난다

내가 오히려 아버지 어머니보다 유럽여행을 먼저 했었고  그게 91년이었으니...

대략 1993년 정도 되었나?

아버지 어머니가 유럽이라는 곳을 다녀오신 것이...

그리고 생각지도 않았던 당시 큰 선물을 사오신 것이 말이다.




난 아직 학생이었고  주머니에 생기는 돈이라고는 당구장과 호프집에 씌여지느라 정신이 없던 시기였기에

'시계' 라는 것에 관심을 가질 수도 없었고  뭐 좀 멋있는 시계를 찼으면 하는 욕심도 없었다

기껏 아는 시계라고는...

고등학교때 까지 친구들 사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던 '돌핀' 이라는 브랜드의 전자 시계


바로 이 녀석 이었다

당시에 교실에서  이거 하나 손목에 걸고 있으면,  마치 지금으로치면...

폴로 랄프로렌 반팔 셔츠라든가, 노스페이스 점퍼를 입는 것처럼

어느정도 중산층 이상의 심리적 커뮤니티 편입에 필요한 필수 아이템을 가지는 것이었다.

절대 비싼 시계가 아니었음에도 당시엔 그런 상징적 존재였다.

그런데 이 돌핀 시계에도 뭐 약간은 가졌으면 좋겠다 라는 생각은 있었지만  그런 시계에 대한 열망이 크지 않았기에 그냥 그렇게 학창시절을 보냈다.  (당시 기억을 되살려보면 아마 내 손목에는 카시오 전자시계가 있지 않았나 싶다)


'돌핀' 말고  그때 인지하고 있던 시계 브랜드라고는 'KAPPA'

카파 광고를 워낙 많이 하고 있던때라 기억이 날 수 밖에 없고..

가끔 어른들께 주워듣는 얘기로 알고있던 최고의 시계 브랜드는 '세이코' 였다. ^^

예물의 대명사 격이었으니...




그렇게 시계에 대해서는 무지하고 관심이 없던 내게

부모님은 유럽에서 덜컥 시계를 하나 사오시더니 안기시는 거였다

바로 사진에서 보이는 이 시계다





> 브랜드 : 론진 (LONGINES)
> 제품라인 : RODOLPHE
> 원산국 : 스위스


물론 이 시계가 '론진' 시계라는 것을 '인지' 한 것도  그 시계를 선물받고 난 한참 뒤였던 걸로 기억한다.

론진?  뭐.. 카파 정도로 유명한가보다   라고 했던 당시 ㅎㅎ

복학 이후 남은 대학생활 몇년을 편하게 차고 다니다

사회로 나올만할 때에 휴대폰이 급속도로 퍼지면서  점점 내 손목에서 이녀석을 구경할 일은 많지 않아져갔다





그래도 가끔이라도 이녀석을 차고 다니면서 시계 이쁘다는 칭찬 많이 들었다

심지어 남대문 시계방에서도 탐내던 시계...

당시 이런 시계를 고를수 있었던 부모님을 다시 보면서.. ㅎㅎ


스위스 론진이라는 시계 브랜드를 점점 알게 된 몇년 전부터 이 녀석을 다시금 챙겨주기 시작한다

고등학교 당시 시계중에선 최고로 알던 그 '세이코' 보다도 훨씬 급이 높은 브랜드라는 걸 알고나서는,

배터리도 괜히 아무데서나 갈면 안될것 같아서  백화점 고급 시계점에서 갈고

낡은 가죽 스트랩도 꽤 고가인 녀석으로 교체해주었다





다시 사랑해줬더니 이 녀석도 다시 생기를 찾는 느낌이다

몇년전보다도 훨씬 뛰어난 휴대폰이 수중에 있음에도  요즘 이녀석이 내 손목을 차지하는 날은 꽤 많다

흔치 않은 디자인에 여러모로 캐주얼 룩에 잘 어울리는 느낌이어서

청바지를 입는 날이면 거의 이녀석을 집어들고 나간다

역시 오래된 친구마냥 내 손목에 착 감기는 '내 시계' 라는 느낌...





지금은 '시계' 라는 녀석을 참 좋아한다

남자가 표현할 수 있는 유일한 악세서리 라는 점도 영향이 있을 수 있지만

반지 같은 것도 극도로 싫어하는 내가  유독 '시계' 를 좋아하게 된 것에는  바로 이 녀석과의 인연이 컸던 것 같다.

이 녀석으로 인해 시계를 알고  시계를 좋아하게 되었으니...


뭐든지 검색하면 나오는 요즘같은 때,  아직까지 이 녀석을 인터넷에서 검색해본 적은 없다는 생각이 든 얼마전..

난 구글 검색창에 이녀석 모델을 입력했다.

최신 모델은 아니라서 그리 많은 정보를 찾을 수는 없었고,  대부분 영어가 아닌 제 3국어 페이지가 많아 이해할 수 있는 페이지는 많지 않았지만

그 사이에서 내 눈을 경악케 만드는 정보가 있었으니...



저 녀석과 거의 흡사한 (스트랩 종류와  시계판 색상만 다른)  이 녀석을 찾았는데...

헉 !!


상품 설명란에 내 눈을 의심케하는 문구가 있었으니..

바로  Rodolphe for Lady  라는 문구 !!



당시 유럽  론진 매장에서 어떤 일이 일어난 걸까...



2007/12/08 2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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